살던 집을 팔고 잔금이 남편 명의 계좌로 들어오면, 그 가운데 얼마를 아내 계좌로 옮겨 두는 집이 많습니다. 생활비 통장을 아내 명의로 쓰면서 매달 급여 대부분을 그리로 보내는 집도 있고, 이번 기회에 아파트 지분 절반을 배우자 앞으로 등기하려는 분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부 사이에는 6억까지 괜찮다」는 말을 한 번쯤 듣게 됩니다. 그런데 그 6억을 어떻게 세는지, 계좌이체까지 전부 거기에 잡히는지는 들은 내용이 제각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부간 증여는 6억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되는 것이 맞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제1호) 다만 이 6억원은 줄 때마다 새로 생기는 한도가 아니라 과거 10년 동안 공제받은 금액과 합쳐 6억원입니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그 돈이 전부 증여로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6억원 안쪽이라 증여세가 없더라도 부동산이라면 취득세를 따로 내야 합니다. 하나씩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배우자 공제 6억은 어떻게 세나요?
거주자가 배우자에게서 증여받으면 6억원을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제1호) 조문은 이 공제를 거주자가 증여를 받은 경우에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받는 사람이 국내 거주자가 아니면 이 6억원 공제를 적용받지 못합니다.
한도를 세는 방법부터 보겠습니다. 법은 이번 증여에서 공제받을 금액과 그 증여를 받기 전 10년 이내에 공제받은 금액을 합해, 6억원을 넘는 부분은 공제하지 않도록 정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세는 방향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증여하고 나서 앞으로 10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번 증여일에서 과거로 10년을 거슬러 셉니다. 예를 들어 8년 전에 배우자에게서 4억원을 증여받아 4억원을 공제받았다면, 이번에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6억원에서 4억원을 뺀 2억원입니다.
세액 계산도 건별로 끊지 않습니다. 이번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같은 사람에게서 받은 증여재산 가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이번 증여세 과세가액에 더해서 계산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2항) 부부간 증여에서는 배우자 본인이 그 「같은 사람」입니다. 10년 동안 나눠 받은 금액을 모두 합친 뒤에 6억원을 한 번 공제한다고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
6억을 넘으면 증여세가 얼마나 나오나요?
6억원을 넘는 부분에 10%에서 50%의 세율이 붙습니다. 10년 합산 과세가액에서 6억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 과세표준이 되고, 증여세는 상속세와 같은 세율표를 씁니다.
숫자를 넣어 보겠습니다. 10년 동안 배우자에게서 받은 증여를 합친 과세가액이 8억원이면, 6억원을 공제한 과세표준은 2억원입니다. 산출세액은 1천만원에 1억원 초과분 1억원의 20%인 2천만원을 더한 3천만원입니다.
부부간 계좌이체는 전부 증여인가요?
계좌이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증여로 추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다룬 사건에서 남편은 2006년 3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35차례에 걸쳐 급여 합계 약 13억 4천만원을 아내 계좌로 보냈고, 과세관청은 이를 증여로 보아 과세했습니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계좌이체에는 증여 말고도 공동생활의 편의, 배우자 자금의 위탁 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처럼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체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증여를 추정할 수 없다고 보고, 과세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이 경우 증여라는 사실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멈추면 반만 읽은 것입니다. 추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증여가 아니라고 확정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세관청이 증여임을 증명하면 과세됩니다. 이 판례가 정한 것은 부부 사이에서는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는 증명책임의 소재이지, 부부간 이체는 안전하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구별해 둘 조문도 하나 있습니다. 2013년 1월 1일 신설된 규정은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그 명의자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해, 재산 취득자금의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하도록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 제4항·제1항) 다만 위 판결의 사안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부칙이 이 규정을 시행 후 신고하거나 결정 또는 경정하는 분부터 적용하도록 정하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 부칙 제11609호 제4조), 그 사건의 증여세 부과처분은 시행일인 2013년 1월 1일보다 앞선 2012년 5월 1일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결이 현행 규정과의 관계를 판단한 것도 아닙니다. 판례 하나를 근거로 부부간 이체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읽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생활비로 준 돈도 증여세를 내나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와 교육비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6조 제5호) 시행령은 학자금·장학금,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기념품·축하금·부의금,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혼수용품 등을 비과세 범위로 정하면서,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으로 한정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5조 제4항)
기준은 명목이 아니라 쓰임입니다. 국세청 기본통칙은 비과세되는 생활비·교육비를 필요할 때마다 그 비용에 직접 충당하기 위해 받은 재산으로 보고, 생활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받았더라도 정기예금·적금에 넣거나 주식·토지·주택 매입자금으로 쓰면 비과세로 보지 않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본통칙 46-35…1) 생활비로 받았어도 예금·주식·주택 매입에 썼다면 비과세가 아닙니다. 매달 보낸 생활비가 배우자 명의 적금으로 쌓였다면, 그 부분은 비과세 생활비가 아니라 증여세 과세 여부를 따져야 하는 돈이 됩니다.
하나 더 기억해 두실 것은, 법이 비과세로 정한 것이 「피부양자의」 생활비라는 점입니다. 조문 문언 자체가 그렇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이체라면 소득 있는 성인 자녀가 피부양자에 해당하는지부터 달라지는데, 그 판정과 상속 개시 후 10년 이체 조회는 가족간 계좌이체와 증여세에서 다뤘습니다.
6억 이내면 신고 안 해도 되나요?
과세가액이 6억원 이내라 산출세액이 0이면, 신고해서 아낄 신고세액공제도 0이고 신고하지 않아 물게 되는 무신고가산세도 0입니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8조 제1항) 기한 내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를 신고세액공제로 빼 주는데, 과세가액이 6억원 이하라서 공제 후 과세표준이 0이면 산출세액이 0이므로 공제받을 세액도 없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9조 제2항) 무신고가산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신고가산세는 신고로 납부해야 할 세액에 비율을 곱해 계산하는데(국내의 일반적인 무신고는 20%, 부정행위는 40%, 역외거래에서 생긴 부정행위는 60%), 납부할 세액이 0이면 어느 비율을 곱해도 0입니다.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1항)
그래도 신고 규정 자체는 남습니다.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는 사람이 과세가액과 과세표준을 신고하도록 정한 규정은 산출세액이 0이어도 별개로 존재합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8조 제1항)
나중에 그 재산을 팔 때를 생각하면 신고서의 가치가 더 분명해집니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양도할 때의 취득가액은 증여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평가 규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이고, 세무서장 등이 결정하거나 경정한 가액이 있으면 그 가액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이 규칙은 증여세를 신고했는지와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여기부터는 법령이 아니라 실무상 권고입니다. 신고서를 내 두면 증여 시점과 평가액, 10년 합산의 잔여 한도가 공적 기록으로 남아, 다음 증여를 계획할 때 기준이 되고 나중에 취득가액을 입증하기도 수월해집니다. 또 재산 취득자금의 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증여세 신고 기록이 곧 소명 자료가 됩니다. 세액이 0이어서 신고를 건너뛰는 선택과 0이어도 기록을 남기는 선택의 차이가 여기서 생깁니다.
주택이라면 중과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시가표준액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 등으로 무상취득하면 세율이 12%까지 올라갑니다. (지방세법 제13조의2 제2항, 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6 제1항) 다만 1세대 1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배우자(사실혼 제외)가 무상취득하는 경우 등은 중과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6 제2항 제1호 가목) 아파트를 증여받을 때 증여세와 취득세를 합쳐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는 아파트 증여 총비용에서 금액 예시로 정리했습니다.
증여받은 집을 10년 안에 팔면 어떻게 되나요?
배우자에게서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안에 팔면 원칙적으로 이월과세가 적용됩니다. 이월과세가 적용되면 양도차익은 증여받은 시점의 평가액이 아니라 증여한 배우자가 당초 취득했을 때의 가액으로 계산합니다.(소득세법 제97조의2 제1항) 6억원 공제를 받아 증여세 없이 명의를 옮긴 뒤 바로 되파는 계획이라면 이 규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이월과세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가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97조의2 제2항)
사업인정고시일부터 소급하여 2년 이전에 증여받았고, 공익사업으로 협의매수 또는 수용된 경우
이월과세를 적용하면 1세대 1주택 비과세(고가주택 포함) 양도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
이월과세를 적용해 계산한 세액이 적용하지 않고 계산한 세액보다 적은 경우
이월과세가 적용되면 계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미 낸 증여세와 취득세는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배우자 증여 후 양도세 계산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이 글에서는 판정 순서에 이 항목이 있다는 것까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정리하며
부부 사이의 6억원은 이번 증여일부터 과거 10년을 합산한 한도이고, 받는 사람이 거주자일 때 적용됩니다. 계좌이체는 그 사실만으로 증여로 추정되지 않지만 과세관청이 증여를 증명하면 과세되고, 생활비 비과세는 해당 용도에 직접 쓴 돈까지입니다. 6억원 이내면 산출세액과 가산세가 모두 0이지만 신고 규정은 별개로 있고, 부동산이라면 취득세와 이월과세를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을 검색해서 보셨다면 이미 배우자와의 이체나 명의 이전을 앞두고 계실 것입니다. 지난 10년의 증여 이력, 이체의 성격, 부동산이라면 취득세와 이월과세까지 한 번에 놓고 보아야 답이 정확해집니다. 실행하기 전에 세무사와 함께 10년 이력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담연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반채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10년 안에 나눠서 주면 그때마다 6억씩 공제되나요?
아닙니다. 이번 증여에서 공제받을 금액과 그 증여를 받기 전 10년 이내에 공제받은 금액을 합해 6억원까지만 공제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예를 들어 8년 전에 4억원을 공제받았다면 이번에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억원뿐입니다.
비거주자인 배우자가 받아도 6억원이 공제되나요?
받는 사람이 비거주자면 배우자 공제 6억원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조문이 이 공제를 거주자가 증여받은 경우에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국외에 거주하는 배우자에게 증여할 계획이라면 공제 없이 세액이 계산된다는 전제로 검토해야 합니다.
증여 대신 배우자에게 판 것으로 하면 증여세가 없나요?
배우자에게 양도한 재산은 양도한 때에 증여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 제1항) 대가를 받고 양도한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등은 제외됩니다. (같은 조 제3항 제5호) 계좌이체는 그 사실만으로 증여로 추정되지 않지만 배우자 간 양도는 반대로 증여로 추정되므로, 매매 형식만으로는 증여 추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증여세 신고는 언제까지 하나요?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8조 제1항) 산출세액이 0이어도 신고 규정은 세액과 별개로 존재하므로, 신고 여부는 기록과 입증의 필요까지 고려해 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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