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접고 폐업신고까지 다 했는데, 부가세를 또 내라고 나왔어요. 판 것도 없는데 왜 세금이 나오죠?"
판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팔지 못하고 남은 것 때문에 나온 세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가가치세법은 폐업할 때 창고에 남아 있는 재고와 사업용 자산을 "사업자가 자기 자신에게 판 것"으로 보고 부가가치세를 매깁니다. 이것을 잔존재화 간주공급이라고 합니다.
이 규정을 모르고 폐업하시면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옵니다. 예상하지 못한 세금, 그리고 신고 기한을 놓쳐서 붙는 가산세입니다. 게다가 폐업하면 신고 기한도 평소와 다릅니다. 6월 30일이나 12월 31일이 아니라 폐업한 달의 다음 달 25일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세금이 생기는지, 얼마로 계산되는지, 무엇이 대상에서 빠지는지, 그리고 애초에 이 세금을 만들지 않는 방법까지 조문 근거와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왜 팔지도 않은 재고에 부가세가 붙나요?
근거는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6항입니다.
사업자가 폐업할 때 자기생산ㆍ취득재화 중 남아 있는 재화는 자기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본다.
문장이 짧아서 오히려 놓치기 쉽습니다. 핵심은 "자기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본다"입니다. 실제 거래 상대방이 없어도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이 규정이 있는 이유를 이해하시면 대응도 쉬워집니다.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고, 사업자는 매입 단계에서 낸 세금을 매입세액으로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사업을 위해 산 물건을 다 팔지 못한 채 폐업하면, 그 재고는 결국 사업자 개인의 재산으로 남습니다. 매입세액은 이미 공제받았는데 판매도 소비도 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폐업 시점에 돌려받았던 매입세액을 정산하는 장치가 필요했고, 그것이 잔존재화 간주공급입니다. "새로 세금을 매긴다"기보다 **"공제받았던 것을 되돌린다"**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조항은 개업 전에도 작동합니다. 같은 항 뒷문장은 사업 개시일 이전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사람이 사실상 사업을 시작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도 같다고 정합니다. 시행령 제7조 제3항은 사업자등록을 한 날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 공급실적이 없으면 그 날을 폐업일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업 준비만 하고 접는 경우에도 매입세액을 돌려받았다면 정산 대상이 됩니다.
언제까지 신고해야 하나요?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입니다.
폐업하면 과세기간이 폐업일에 끊어집니다. 부가가치세법 제5조 제3항은 폐업하는 경우의 과세기간을 "폐업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개시일부터 폐업일까지"로 정합니다.
그리고 제49조 제1항은 신고 기한을 이렇게 정합니다.
과세기간이 끝난 후 25일(폐업하는 경우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 이내에 (…) 신고하여야 한다.
8월 20일에 폐업했다면 신고·납부 기한은 9월 25일입니다. 1월 25일이나 7월 25일이 아닙니다. 간이과세자도 기한은 같습니다(제67조 제1항).
폐업일 자체도 정해진 기준이 있습니다.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3호는 폐업일을 **"사업장별로 그 사업을 실질적으로 폐업하는 날"**로 하고, 그 날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만 폐업신고서 접수일로 봅니다. 실제로 문을 닫은 날과 신고서를 낸 날이 다르다면 기한 계산이 달라질 수 있으니, 폐업 시점을 증빙과 함께 정리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금은 얼마로 계산되나요?
재고와 장비의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재고 상품은 시가입니다. 제29조 제3항 제3호가 폐업하는 경우의 공급가액을 "폐업 시 남아 있는 재화의 시가"로 정합니다. 시가의 기준은 시행령 제62조에 있고,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와 유사한 상황에서 계속 거래한 가격 또는 제3자 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1순위입니다.
감가상각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가액이 줄어듭니다. 제29조 제11항과 시행령 제66조 제2항이 별도 산식을 두고 있습니다.
구분
공급가액 산식
경과 과세기간 수 한도
건물·구축물
취득가액 × (1 − 5% × 경과 과세기간 수)
20 (=10년)
그 밖의 감가상각자산(비품·장비·차량 등)
취득가액 × (1 − 25% × 경과 과세기간 수)
4 (=2년)
여기서 취득가액은 시행령 제66조 제4항에 따라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해당 재화의 가액입니다.
산식보다 결론이 중요합니다. 비품과 장비는 취득 후 4과세기간, 즉 2년이 지나면 공급가액이 0원이 되어 부가세도 붙지 않습니다. 건물은 20과세기간, 10년입니다.
예를 들어 2026년 8월에 폐업하는 온라인셀러가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2025년 9월에 200만 원에 산 촬영장비 → 경과 과세기간 2 → 공급가액 100만 원 → 부가세 10만 원
2023년 5월에 200만 원에 산 같은 장비 → 경과 과세기간 7이지만 한도 4 적용 → 공급가액 0원
시가 800만 원 상당의 재고 → 공급가액 800만 원 → 부가세 80만 원
계산할 때 자주 틀리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시행령 제66조 제5항은 과세기간 개시일 후에 취득하거나 공급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 그 과세기간의 개시일에 취득·공급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즉 1월 2일에 산 것이든 6월 30일에 산 것이든 똑같이 제1기 취득입니다. 날짜가 아니라 과세기간 단위로 세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간주공급에는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없습니다(시행령 제71조 제1항 제3호). 상대방이 없는 거래이므로 신고서의 과세표준에만 반영합니다.
남은 재고 전부가 대상인가요?
아닙니다.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않은 재화는 애초에 대상이 아닙니다.
이 부분을 조문에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제10조 제6항 본문에는 예외 문구가 없습니다. 제외는 같은 조 제1항에서 나옵니다. 제1항은 "자기생산ㆍ취득재화"라는 용어를 정의하면서 **"이하 이 조에서"**라고 못 박고, 그 범위를 다음으로 한정합니다.
제38조에 따른 매입세액, 그 밖에 이 법 및 다른 법률에 따른 매입세액이 공제된 재화
사업양도로 취득한 재화로서 사업양도자가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재화
수출에 해당하여 영세율을 적용받는 재화
제6항이 쓰는 용어의 정의가 제1항에 있으니, 결국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재화만 폐업 시 정산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돌려받은 것이 없으면 되돌릴 것도 없다는 논리입니다.
실무에서 빠지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면세로 매입한 물건(부가세 없이 산 농축수산물 등)
간이과세자 시절에 매입해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한 물건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해 공제받지 못한 매입분
국세청 국세상담센터도 같은 취지로 안내합니다. 법원 경매로 취득한 건물은 경매가 재화의 공급이 아니어서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바가 없으므로, 폐업하더라도 잔존재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팔지 못해 버렸다"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폐업 전에 실제로 폐기했다면 남아 있는 재화가 아니므로 대상이 아니지만, 폐기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확인서, 폐기 당시 사진, 반품 확인서 같은 자료를 남겨 두셔야 합니다. 조문에 서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인정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금을 안 만들 방법은 없나요?
있습니다. 접지 말고 넘기는 것입니다.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9항 제2호는 사업을 양도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 범위는 시행령 제23조에 있습니다.
사업장별로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시키는 것 (… 양수자가 승계받은 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의 종류를 추가하거나 사업의 종류를 변경한 경우를 포함한다) (…) 다음 각 호를 포함하지 아니하고 승계시킨 경우에도 그 사업을 포괄적으로 승계시킨 것으로 본다.
미수금에 관한 것 2. 미지급금에 관한 것 3. 해당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토지ㆍ건물 등
재고·집기·거래처·계약을 통째로 넘기는 포괄양수도라면 재화의 공급 자체가 아니므로 잔존재화 과세가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미수금·미지급금이나 사업과 무관한 부동산을 빼고 넘겨도 포괄승계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재고만 따로 팔고 나머지는 접는 경우는 두 갈래가 됩니다. 판 부분은 정상 매출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팔리지 않고 남은 부분은 제10조 제6항의 간주공급이 됩니다.
포괄양수도에 해당하는지가 애매한 경우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52조 제4항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하면서, 양수받는 자가 대가를 지급할 때 부가가치세를 징수해 대가를 지급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포괄양수도로 처리했다가 나중에 부인당하는 위험을 막는 방법입니다.
간이과세자도 똑같이 내야 하나요?
기한은 같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간이과세자의 확정신고 기한도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입니다(제67조 제1항). 과세표준 계산에는 제63조 제5항에 따라 제29조가 준용되므로 잔존재화 규정도 적용됩니다.
다만 제69조 제1항이 완충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해당 과세기간의 공급대가 합계액이 4,800만 원 미만이면 납부의무가 면제됩니다. 폐업자의 경우 제69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과세기간 개시일부터 폐업일까지의 공급대가를 12개월로 환산해 판정합니다. 그리고 이 면제에 해당하면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무신고가산세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간이과세자는 애초에 매입세액을 전액 공제받는 구조가 아니어서(제63조 제3항은 공급대가의 0.5%를 공제하도록 정합니다), 어떤 재화가 "매입세액이 공제된 재화"인지 판단이 갈릴 수 있습니다. 간이과세로 운영하시다 접는 경우라면 면제 기준선부터 확인해 보시고, 애매하면 신고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고를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한을 넘기면 두 가지 가산세가 붙습니다.
무신고가산세는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1항 제2호에 따라 **20%**입니다(부정행위인 경우 40%). 납부지연가산세는 제47조의4 제1항 제1호와 시행령 제27조의4 제1항에 따라 1일 10만분의 22입니다. 2026년 7월 1일 시행분부터는 지정납부기한이 지난 구간에 월 1만분의 67이 별도로 적용됩니다.
문제는 폐업하신 분들의 상황입니다. 사업을 접은 뒤에는 우편물을 챙기지 못하거나 홈택스에 들어가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몇 달 뒤 고지서를 받고 원래 세금보다 훨씬 커진 금액을 확인하시게 됩니다.
폐업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휴업(폐업)신고서에 사업자등록증을 첨부해 관할 세무서나 가까운 세무서에 제출하면 되고, 홈택스와 손택스로도 가능합니다. 음식업·공중위생업 등 138개 인허가 업종은 통합폐업신고서 한 장으로 인허가 폐업과 사업자등록 폐업을 함께 처리할 수 있습니다.
편의 규정도 하나 있습니다. 시행령 제13조 제3항은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서에 폐업 연월일과 사유를 적고 사업자등록증을 첨부해 제출하면 폐업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마지막 부가세 신고와 폐업신고를 한 번에 정리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억해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폐업해도 소득세는 남습니다.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그 해 1월 1일부터 폐업일까지의 사업소득은 다음 해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종합소득세로 신고해야 합니다. 사업자등록이 말소되어도 홈택스에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폐업하면 부가세 신고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입니다(부가가치세법 제49조 제1항). 8월 20일에 폐업했다면 9월 25일이 기한입니다. 간이과세자도 같은 기한이 적용됩니다(제67조 제1항). 폐업일은 원칙적으로 사업을 실질적으로 폐업하는 날이며, 그 날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만 폐업신고서 접수일로 봅니다(시행령 제7조 제1항 제3호).
남은 재고를 헐값에 처분하고 폐업하면 세금이 줄어드나요?
실제로 판매하면 그 부분은 정상 매출이 되어 실제 거래가액에 부가세가 붙고, 남은 부분만 잔존재화로 과세됩니다. 다만 잔존재화의 공급가액은 시가가 기준이므로(제29조 제3항 제3호, 시행령 제62조), 재고를 남긴 채 폐업하면서 평가액을 임의로 낮게 잡는 방식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폐기한 경우라면 대상에서 빠지지만 폐기 사실의 입증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으므로 증빙을 남기셔야 합니다.
몇 년 쓴 노트북이나 촬영장비에도 부가세가 붙나요?
취득 후 경과한 과세기간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구축물 외의 감가상각자산은 **취득가액 × (1 − 25% × 경과 과세기간 수)**로 계산하고 경과 과세기간 수는 4가 한도이므로(시행령 제66조 제2항), 취득 후 2년이 지나면 공급가액이 0원이 되어 부가세가 붙지 않습니다. 경과 과세기간은 날짜가 아니라 과세기간 단위로 세며, 과세기간 중간에 취득했어도 그 과세기간 개시일에 취득한 것으로 봅니다(같은 조 제5항).
폐업하면 종합소득세도 안 내도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해 1월 1일부터 폐업일까지 발생한 사업소득은 다음 해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대상입니다(소득세법 제70조 제1항). 사업자등록이 말소된 뒤에도 홈택스에서 신고할 수 있으며, 폐업했다는 사정만으로 신고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며
폐업은 신고서 한 장으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 정산이 남아 있는 과정입니다. 오늘 기억하실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폐업 시 남은 재고와 사업용 자산은 자기에게 공급한 것으로 보아 부가세가 과세됩니다(제10조 제6항). 공제받았던 매입세액을 정산하는 구조입니다.
둘째, 신고·납부 기한은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입니다. 간이과세자도 같습니다.
셋째,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않은 재화는 대상이 아니고, 비품·장비는 취득 후 2년(4과세기간)이 지나면 공급가액이 0원이 됩니다.
이 글을 검색해서 보셨다면, 이미 정리를 결심하셨거나 고지서를 받아 보신 시점일 겁니다. 그렇다면 폐업 신고서를 내기 전에 창고에 무엇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 물건들의 매입세액을 공제받았는지, 장비를 산 지 몇 과세기간이 지났는지를 먼저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세 가지만 확인해도 마지막 세금의 크기가 보이고, 넘길지 접을지도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